태그 : 위스키

Irish Coffee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이다. 특히 소주 같은 건 마실 때마다 무슨 화학 약품 같은 걸 목구멍으로 때려넣는 것 같아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그런 나도 아이리쉬 커피 (Irish Coffee) 만큼은 좋아한다 - 뭐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술은 아니지만.
 
소위 아이리쉬 커피의 레시피라고 하는 것들이 몇 개 있지만, 핵심이 되는 건 어디까지나 '에스프레소 + 위스키' 다.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약간 넣은 다음, 위스키를 조금 넣는다. 보통은 아이리쉬 위스키를 많이 사용하지만 스카치 위스키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위스키의 양은 최대 3할 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넣어 버리면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취향에 따라 레몬즙을 첨가할 수도 있고, 휘핑 크림을 올릴 수도 있다. 원한다면 불을 붙일 수도 있다 - 이 경우는 보통 하나의 컵에는 레몬즙과 설탕이 섞인 컵을 준비해 두고, 나머지 컵에는 커피와 위스키를 섞은 다음 불을 붙여 그 불이 꺼지기 전에 다른 잔에 옮겨 붓는 식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가 담기는 컵은 보통 윗부분 모서리에 레몬즙을 바르고 설탕을 골고루 묻혀 놓아 마실 때 입술에서 달콤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위스키와 혼연일체가 된 커피는 상당한 마력을 지녔다. 조화로운 향과 맛,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모금씩 내 속에 들어올 때의 그 특유의 - 단순히 술을 마실 때의 느낌과는 좀 다른 - 커피가 빠른 속도로 온 몸에 퍼져 나간다는 느낌, 이게 참 묘하다. 일상적으로 마시기엔 당연히 무리가 따르지만 (더구나 나는 술을 싫어한다), 가끔 한 번씩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는 데는 상당히 적절한 요소로 작용한다.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설령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꼭 맛보시길 권하고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리쉬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별로 많지 않다. 주류를 팔기 위해선 휴게음식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기도 하고, 카페 내에서 술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려하는 카페 업주들 또한 이러한 메뉴의 취급을 꺼리고 있는 듯 하다. 그나마 가끔 메뉴에서 보게 되는 아이리쉬 커피도 진짜 아이리쉬 위스키를 섞어 만들지 않고 아이리쉬 시럽을 넣어 비슷한 맛을 내는 것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제대로 된 아이리쉬 커피를 맛보기 위해선 이를 판매하는 카페를 사전에 조사하거나, 아니면 직접 만들거나 하는 수밖엔 없다.

by 마이커피 | 2008/09/03 17:41 | MokaPot Meltdown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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